Inner Crowd
몸 안

당신은
하나가 아닙니다

몸 안에는 당신의 세포 30조 개와, 당신이 아닌 것 38조 개가 함께 있습니다. 태어난 날을 넣으면 그 안에서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셉니다.

넣은 날짜는 어디로도 전송되지 않고 저장되지도 않습니다. 이 브라우저 안에서만 계산됩니다. 넣지 않아도 100개 전부 볼 수 있습니다.

부 1

당신은
어디서 끝나는가

피부를 벽이라고 부르지만, 그 벽은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경계부터 흔들어보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01 – 10 · 산문 8 · 체험 2
01 — 경계

당신과 세상의 경계는
계속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피부는 당신을 세상과 나누는 벽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그 벽은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바깥층 세포는 2주에서 4주마다 통째로 새것이 됩니다. 낡은 것은 떨어져 나갑니다. 집 안 먼지의 상당 부분이 사람에게서 나온 것입니다.

지금 당신을 감싸고 있는 표면은 한 달 전의 그것이 아닙니다. 경계는 선이 아니라 계속 다시 그려지는 자리입니다. 당신이 앉아 있던 자리에는 방금까지 당신이었던 것이 조금 남아 있습니다.

02 — 도넛

장 안쪽은
사실 몸 바깥입니다

입에서 항문까지는 하나로 이어진 관입니다. 그 관은 몸을 관통합니다. 삼킨 것은 아직 몸 안에 들어온 것이 아닙니다. 장벽을 통과해 흡수되는 순간에야 안으로 들어옵니다.

위상학적으로 보면 사람은 구가 아니라 구멍 하나짜리 도넛입니다. 그래서 '몸 안'이라는 말은 생각보다 좁습니다. 우리가 안이라고 부르는 곳의 큰 부분은 여전히 바깥과 이어져 있습니다.

경계를 어디에 그을지 정하고 나면, 그다음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그 경계 안쪽에는 정말 당신만 있습니까.

03 — 만진다는 것

당신은 무엇도
만진 적이 없습니다

전자껍질이 서로 밀어내는 힘
원자 지름으로 치면
지금 상태

'닿았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원자와 원자 사이에는 틈이 있습니다. 가까워질수록 전자껍질끼리 밀어내는 힘이 급격히 커지고, 그 힘이 더 이상 못 들어가게 막습니다. 막는 것은 물질이 아니라 힘입니다.

촉감은 그 힘이 피부 속 수용체를 눌러서 생긴 신호입니다. 당신이 평생 만져온 것은 사물의 표면이 아니라, 사물이 만들어낸 밀어냄이었습니다.

반발력은 거리에 아주 민감해서, 절반으로 가까워지면 수백 배로 커집니다. 여기서는 그 급격함을 보여주기 위한 상대값만 씁니다.

04 — 촉각의 해상도

손끝은 2밀리미터,
등은 40밀리미터

두 점을 따로 느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거리를 두점 식별 역치라고 합니다. 손끝은 약 2밀리미터, 입술은 그보다 더 촘촘하고, 등은 40밀리미터가 넘습니다. 등에 두 손가락을 4센티미터 벌려 대면 한 점으로 느껴집니다.

몸은 균일하게 느끼지 않습니다. 촉각 수용체가 몰려 있는 곳과 드문 곳이 있고, 뇌에서 그 신호를 받는 면적도 그만큼 다릅니다. 당신이 느끼는 몸의 지도는 실제 몸의 모양과 닮지 않았습니다.

05 — 가장 큰 장기

피부를 벗겨 펴면
2제곱미터, 4킬로그램

몸에서 가장 큰 장기는 심장도 간도 아니고 피부입니다. 성인 기준 넓이 약 2제곱미터, 무게 약 4킬로그램. 몸무게의 15퍼센트 안팎을 차지합니다.

피부는 덮개가 아니라 기관입니다. 체온을 조절하고, 물을 붙잡아두고, 햇빛을 받아 비타민 D를 만들고, 침입을 1차로 막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을 하는 동안 계속 자기 자신을 새로 만듭니다.

06 — 소름

없는 털을
세우려는 반사

추울 때 팔에 돋는 그것은 털을 세우려는 근육이 수축한 자국입니다. 털 하나마다 입모근이라는 아주 작은 근육이 붙어 있습니다.

털이 두꺼운 동물에게 이건 쓸모가 있습니다. 털을 세우면 공기층이 두꺼워져 따뜻해지고, 몸집이 커 보여 위협이 됩니다. 사람의 털은 그러기엔 너무 가늡니다. 기능은 사라졌는데 회로가 남았습니다.

그래서 소름은 몸이 잘못 작동한 게 아니라, 예전 몸의 습관입니다. 음악에 소름이 돋을 때도 같은 근육이 움직입니다.

07 — 털 500만 개

침팬지와 같은 수의 털이
당신에게도 있습니다

사람 몸의 털집은 약 500만 개로 추정됩니다. 침팬지와 비슷한 수입니다. 다른 것은 개수가 아니라 굵기와 길이입니다. 대부분이 눈에 잘 띄지 않는 솜털로 남았습니다.

그래서 '털을 잃었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털집은 그대로 있고, 자라는 방식만 바뀌었습니다. 몸은 무언가를 버릴 때 구조를 지우기보다 설정을 바꾸는 쪽을 자주 택합니다.

08 — 지문

미끄럼 방지가 아닙니다
아마도 촉각 증폭입니다

지문이 물건을 잡을 때 마찰을 늘려준다는 설명은 오래 통용됐습니다. 그런데 매끈한 표면에서 측정해보면 지문 능선이 접촉 면적을 오히려 줄인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금 더 유력한 설명은 다른 쪽입니다. 능선이 표면을 스칠 때 생기는 진동이 피부 속 파치니 소체가 잘 받는 주파수 대역에 맞아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미끄러지지 않기 위한 게 아니라, 더 잘 느끼기 위한 장치일 수 있습니다.

아직 확정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 사이트는 확정되지 않은 것을 확정된 것처럼 쓰지 않습니다. 과학이 아직 답을 고르는 중이라는 사실 자체가 정보입니다.

09 — 아무는 순서

흉터는 실패가 아니라
속도를 택한 대가입니다

상처가 아무는 과정은 네 단계로 진행됩니다. 피를 멈추고, 염증으로 청소하고, 새 조직을 빠르게 채우고, 몇 달에 걸쳐 다시 짭니다.

세 번째 단계에서 몸은 원래와 똑같은 구조를 복원하는 대신 콜라겐을 급히 쌓아 구멍을 막습니다. 완벽하게 되돌리려면 시간이 훨씬 더 걸리고, 그동안 감염 위험이 커집니다. 흉터는 몸이 완벽함 대신 속도를 고른 흔적입니다.

태아 시기에는 흉터 없이 아뭅니다. 자궁 안은 감염 위험이 낮아서 서두를 이유가 없기 때문으로 봅니다.

10 — 안이 더 넓다

피부 2제곱미터,
폐 70, 장 32

피부 2 m²
장 안쪽 32 m²
폐 안쪽 70 m²

바깥과 닿는 면은 피부만이 아닙니다. 숨과 음식이 지나는 길도 전부 바깥과 닿는 면입니다. 그리고 그쪽이 훨씬 넓습니다.

폐포를 전부 펼치면 약 70제곱미터, 장 안쪽은 융모까지 펴서 약 32제곱미터입니다. 몸이 세상과 만나는 면적의 대부분은 몸 안에 접혀 있습니다.

그래서 몸은 접기의 기술로 만들어졌습니다. 넓어야 하는데 커질 수는 없으니 접습니다. 이 원리는 안으로 들어갈수록 계속 반복해서 나옵니다.

장 표면적을 '테니스 코트'로 비유하는 문장이 널리 퍼졌지만, 2014년 재측정에서는 약 32제곱미터로 좁혀졌습니다. 여기서는 정정된 값을 씁니다.

부 2

멈추지 않는 것

당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동안에도 몸 안에서는 한 번도 쉰 적 없는 일들이 진행됩니다. 여기서부터 숫자가 당신의 것이 됩니다.

11 – 24 · 산문 10 · 체험 4
11 — 심장

당신 심장은
지금까지 이만큼 뛰었습니다

태어난 날을 넣으면 당신의 숫자가 나옵니다 · 분당 72회 기준

한 번도 쉰 적이 없습니다. 자는 동안에도, 당신이 다른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뛰었습니다. 이 문장을 읽는 사이에도 몇 번 더 뛰었습니다.

심장 근육은 다른 근육과 달리 스스로 박동을 만듭니다. 신경을 전부 끊어도 뜁니다. 실제로 이식된 심장은 신경이 연결되지 않은 채로 뛰기 시작합니다.

하루에
1년에
80년이면
배경의 맥동과 심장 소리가 이 속도를 따릅니다72
12 — 절반은 쉰다

심장은 쉬지 않는다는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한 번의 박동에서 근육이 실제로 수축하는 시간은 약 0.3초입니다. 나머지 0.5초는 이완입니다. 분당 72회 기준으로 계산하면 하루에 쉬는 시간만 합쳐서 12시간이 넘습니다.

게다가 심장 근육 자체에 피가 공급되는 것은 이완기입니다. 쥐어짜는 동안에는 자기 혈관이 눌려서 피가 들어오지 못합니다. 쉬는 동안에만 밥을 먹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심박수가 아주 빨라지면 이완기가 먼저 짧아지고, 심장은 자기 몫의 피를 덜 받게 됩니다.

13 — 자기 피를 못 쓴다

심장 안은 피로 가득한데
심장은 그 피를 쓰지 못합니다

심장 안쪽에는 언제나 피가 차 있습니다. 그런데 심장 근육은 그 피를 직접 쓸 수 없습니다. 벽이 너무 두꺼워서 안쪽 피가 근육 속까지 스며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심장은 자기 자신에게 피를 보내는 따로 된 혈관을 갖습니다. 대동맥이 시작되자마자 두 갈래가 갈라져 나와 심장 겉면을 왕관처럼 감쌉니다. 관상동맥이라는 이름은 그 모양에서 왔습니다.

펌프가 자기 자신에게 연료를 대기 위해 바깥으로 관을 빼야 한다는 것. 몸 안의 해결책은 자주 이렇게 우회로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14 — 숨

당신이 지금까지
들이마신 공기

분당 16회 기준 · 한 번에 약 0.5리터
부피로 치면
그 공기의 무게
그중 실제로 쓴 산소

들이마신 공기의 21퍼센트가 산소지만, 몸이 실제로 붙잡는 것은 그중 4분의 1 정도입니다. 내쉬는 숨에도 산소가 16퍼센트쯤 남아 있습니다. 인공호흡이 가능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공기는 아주 잘 섞입니다. 대기 전체는 생각보다 얇고, 수백 년이면 지구를 한 바퀴 돕니다. 지금 들이마신 숨 속에는 이전에 살았던 거의 모든 사람이 내쉰 분자가 조금씩 들어 있습니다.

15 — 참게 만드는 것

숨이 급해지는 건
산소가 모자라서가 아닙니다

숨을 참으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그 신호를 만드는 것은 산소 부족이 아니라 이산화탄소가 쌓이는 것입니다. 몸은 산소 농도보다 혈액의 산성도 변화를 훨씬 민감하게 감시합니다.

이 설계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산소는 여유분이 있어 조금 줄어도 티가 잘 안 나지만, 이산화탄소는 조금만 쌓여도 피의 pH가 바로 흔들립니다. 더 위험한 쪽을 경보로 삼은 것입니다.

그래서 산소가 없는 기체를 마셔도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경보가 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질소 가득한 밀폐 공간이 위험한 이유가 이것입니다.

16 — 참아보세요

몇 초나
견딜 수 있나

0.0
눌러서 시작 · 답답해지면 다시 눌러 멈춥니다

멈춘 시점은 산소가 떨어진 시점이 아닙니다. 그 시점에도 혈액의 산소 포화도는 거의 그대로입니다. 당신을 멈추게 한 것은 쌓인 이산화탄소가 켠 경보입니다.

숫자가 얼마든 상관없습니다.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하나뿐입니다. 당신이 몸의 상태를 직접 아는 게 아니라, 몸이 골라 보내주는 신호만 받는다는 것.

불편하면 바로 멈추세요. 물속이나 운전 중에는 절대 하지 마십시오. 이 페이지는 건강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며, 어떤 기록도 저장하지 않습니다.

17 — 폐포 3억 개

펼치면
방 하나 넓이입니다

폐 안에는 지름 0.2밀리미터쯤 되는 주머니가 약 3억 개 있습니다. 전부 펼치면 70제곱미터가량, 방 한 칸을 덮는 넓이입니다.

그 주머니 벽은 두께가 1마이크로미터도 안 됩니다. 세포 한 겹, 그 너머 모세혈관 한 겹. 산소가 건너가는 거리는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보다 짧습니다.

가슴 안에 70제곱미터를 넣는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접는 것입니다. 10번 섹션에서 본 원리가 여기서 다시 나옵니다.

18 — 피가 가는 길

혈관을 전부 이으면
지구를 두 바퀴 반 돕니다

100,000km
모세혈관을 포함한 추정치 · 대부분은 머리카락보다 가늡니다
하루에 도는 횟수
수명 120일 동안
그동안 이동한 거리

10만 킬로미터 가운데 대동맥 같은 굵은 길은 극히 일부입니다. 총연장의 대부분은 모세혈관이고, 그 지름은 적혈구 하나가 겨우 지나갈 정도입니다. 적혈구는 몸을 접어가며 통과합니다.

몸의 어떤 세포도 모세혈관에서 0.2밀리미터보다 멀리 있지 않습니다. 30조 개 전부가 배달 가능 거리 안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19 — 스스로를 비운 세포

적혈구에는
핵이 없습니다

적혈구는 성숙하면서 핵을 버립니다. 미토콘드리아도 버립니다. 산소를 실을 공간을 한 칸이라도 더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덕분에 헤모글로빈을 세포 하나에 2억 5천만 개까지 채워 넣습니다.

대신 대가가 있습니다. 설계도가 없으니 스스로를 고칠 수 없습니다. 손상이 쌓이면 그대로 부서집니다. 그래서 수명이 약 120일입니다.

몸에는 지금 이런 세포가 25조 개 있습니다. 부서질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세포가 몸에서 가장 많은 세포입니다.

20 — 붉은 이유

게의 피는
파랗습니다

산소를 나르려면 산소를 붙잡았다 놓는 금속이 필요합니다. 사람은 을 씁니다. 철이 산소와 결합하면 붉게 보입니다. 피가 붉은 이유는 그것뿐입니다.

게·문어·투구게는 구리를 씁니다. 구리가 산소와 결합하면 푸르게 보입니다. 일부 벌레는 초록빛 색소를 쓰고, 남극의 어떤 물고기는 색소 자체를 포기하고 투명한 피로 삽니다.

산소를 나르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지금 당신 안에 있는 해법은 여러 답 중 하나가 살아남은 것입니다.

21 — 압력이 떨어진다

대동맥 120에서
모세혈관 30까지

혈압
혈관 지름
피가 흐르는 속도
이 구간의 총 단면적

대동맥에서 피는 초속 40센티미터로 달립니다. 모세혈관에서는 초속 0.3밀리미터, 천 배 넘게 느려집니다. 길이 좁아졌는데 왜 느려질까요.

가지가 갈라질수록 관 하나는 가늘어지지만 전체 단면적은 오히려 커지기 때문입니다. 넓은 곳에서는 천천히 흐릅니다. 그리고 그 느림이 목적입니다. 산소와 영양분이 건너갈 시간을 벌어야 하니까요.

몸은 빠르게 보내는 일과 천천히 머무는 일을 같은 관에서 해결했습니다.

22 — 펌프가 없는 순환

림프는
근육이 움직여야 흐릅니다

몸에는 순환계가 둘 있습니다. 하나는 심장이 밀어주는 혈관, 다른 하나는 림프관입니다. 그런데 림프계에는 펌프가 없습니다.

림프는 근육이 수축할 때 관이 눌리면서 밀려 올라갑니다. 판막이 있어 역류하지 않습니다. 움직이지 않으면 흐르지 않습니다. 오래 앉아 있으면 다리가 붓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하루에 순환하는 양은 2~3리터 정도로 적지만, 이 길이 막히면 조직에 물이 고입니다. 면역세포가 다니는 길이기도 합니다.

23 — 몸속 전기

세포막마다
70밀리볼트가 걸려 있습니다

모든 세포는 안쪽을 바깥보다 음전하로 유지합니다. 전위차는 약 -70밀리볼트. 막 두께가 5나노미터뿐이라, 두께로 나누면 미터당 1400만 볼트에 해당하는 전기장입니다. 번개 속보다 강한 장이 모든 세포막에 상시로 걸려 있습니다.

신경이 신호를 보내는 방식은 이 전위를 잠깐 뒤집는 것입니다. 뒤집힌 자리가 옆으로 번져가는 것이 신경 전달입니다. 전선을 타고 전자가 흐르는 것과는 원리가 다릅니다.

그런데 전부 합쳐도 전구 하나를 켜지 못합니다. 몸의 전기는 힘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말을 하기 위한 것입니다.

24 — 목소리

성대는 1초에
100번 넘게 여닫힙니다

목소리는 성대가 진동해서 나는 소리입니다. 그 진동수가 곧 음 높이입니다. 성인 남성은 대략 85~180Hz, 여성은 165~255Hz 범위에서 말합니다. 1초에 100번에서 250번쯤 여닫힌다는 뜻입니다.

성대 자체는 부저에 가깝습니다. 말이 되는 것은 그다음입니다. 혀·입술·턱·연구개가 통로의 모양을 바꿔 특정 주파수를 키우고 죽입니다. 소리는 목에서 나고, 말은 입에서 만들어집니다.

자기 목소리가 녹음에서 낯선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평소 듣던 소리에는 두개골을 타고 온 저음이 섞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부 3

바깥을
안으로

먹는다는 것은 바깥에 있던 물질을 당신의 배치 안으로 옮겨오는 일입니다. 그 길은 9미터짜리 관 하나입니다.

25 – 36 · 산문 8 · 체험 4
25 — 먹은 것의 여정

지금 그것은
어디까지 갔을까요

삼킨 것이 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하루에서 이틀입니다. 그 대부분은 대장에서 물을 뺏기며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가장 빠른 구간은 식도입니다. 7초. 중력이 아니라 근육의 파도가 밀어 내립니다. 물구나무를 서도 음식은 위로 내려갑니다.

26 — 하나의 관

입에서 항문까지
9미터짜리 관 하나입니다

입·식도·위·소장·대장은 따로 있는 기관이 아니라 이어진 하나의 관입니다. 성인 기준 길이는 약 9미터. 몸 키의 다섯 배가 배 안에 접혀 들어가 있습니다.

구간마다 하는 일이 다를 뿐 벽의 기본 구조는 같습니다. 안쪽부터 점막·근육·바깥막. 그 근육이 순서대로 조여지면서 내용물을 한 방향으로 밀어냅니다.

이 관은 몸을 뚫고 지나갑니다. 2번 섹션에서 본 그대로입니다. 당신의 안쪽 절반은, 엄밀히 말하면 바깥입니다.

27 — 펼쳐보면

접힌 것을 하나씩
펴보세요

0.5
아무것도 펴지 않은 상태 — 매끈한 관이라면 이 정도입니다

장 표면적을 '테니스 코트'에 비유하는 문장이 널리 퍼졌지만, 2014년에 다시 측정한 결과는 약 32제곱미터였습니다. 방 한 칸 정도입니다. 여기서는 정정된 값을 씁니다.

그래도 놀라운 것은 배율입니다. 매끈한 관이었다면 0.5제곱미터. 주름·융모·미세융모를 차례로 겹쳐서 60배 넘게 늘렸습니다.

넓어야 하는데 커질 수 없을 때 몸이 쓰는 방법은 언제나 같습니다. 접는 것.

과장된 비유가 오래 인용되는 일은 흔합니다. 이 사이트는 정정된 값이 있으면 정정된 값을 씁니다.

28 — pH 1.5

금속을 녹이는 액체가
몸 안에 있습니다

위액의 pH는 1.5에서 3.5 사이입니다. 순수한 물보다 수십만 배 산성이고, 면도날을 담가두면 실제로 부식됩니다.

그러면 위 자신은 왜 녹지 않을까요. 두 가지가 막습니다. 하나는 점액층, 다른 하나는 속도입니다. 위벽 세포는 약 5일마다 통째로 새것으로 갈립니다.

손상을 막을 수 없을 때 몸이 쓰는 다른 답이 여기 있습니다. 버티는 대신, 손상되는 속도보다 빨리 새로 만드는 것.

29 — 밥이 단맛 나는 이유

씹는 동안 이미
소화가 시작됩니다

침에는 아밀라아제라는 효소가 들어 있습니다. 녹말을 잘라 당으로 만드는 효소입니다. 밥을 오래 씹으면 단맛이 도는 것은 입안에서 이미 분해가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오래가지 못합니다. 위로 내려가 산을 만나는 순간 아밀라아제는 기능을 잃습니다. 소화는 구간마다 담당 효소가 바뀌며 이어달리기처럼 진행됩니다.

하루에 나오는 침은 1리터에서 1.5리터. 대부분은 먹지 않는 동안에도 계속 나옵니다.

30 — 하루 600번

삼키는 동작을
당신은 세지 않습니다

사람은 하루에 600번 안팎 삼킵니다. 그중 의식하는 것은 극히 일부입니다. 자는 동안에도 50번 정도 삼킵니다.

삼키기는 몸에서 가장 복잡한 반사 중 하나입니다. 스무 개가 넘는 근육이 정해진 순서로 움직여야 하고, 그 사이 기도는 정확한 타이밍에 닫혀야 합니다. 조금만 어긋나면 사레가 듭니다.

그런데 의식하려고 하면 오히려 어려워집니다. 몸에는 당신이 관여하지 않을 때 더 잘 작동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31 — 개인차

같은 것을 먹어도
통과 시간이 두 배 다릅니다

같은 범위 안에서
하루에 통과하는 횟수로 치면
1년이면 몸을 지나가는 시간의 합

건강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통과 시간은 12시간에서 48시간까지 벌어집니다. 무엇을 먹었는지, 얼마나 움직이는지, 장에 어떤 세균이 사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평균값 하나로 몸을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 사이트의 모든 숫자는 당신을 진단하지 않습니다. 크기 감각을 주기 위한 것입니다.

32 — 두 번째 뇌

장에는 뉴런이
5억 개 있습니다

장벽 안에는 5억 개가량의 신경세포가 그물처럼 깔려 있습니다. 고양이 뇌 전체의 뉴런 수와 비슷한 규모입니다. 이것을 장신경계라고 부릅니다.

특이한 점은 자율성입니다. 뇌로 가는 신경을 끊어도 장은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입니다. 무엇이 들어왔는지 감지하고, 어느 근육을 언제 조일지 결정합니다.

몸 안에 지휘부가 하나뿐일 거라는 생각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여러 곳이 각자 결정하고, 서로에게 보고합니다.

33 — 기분과 배

세로토닌의 90%는
뇌가 아니라 장에 있습니다

세로토닌은 기분과 관련된 물질로 알려져 있지만, 몸속 세로토닌의 90퍼센트 이상은 장에서 만들어집니다. 거기서 하는 일은 기분이 아니라 장의 운동 조절입니다.

여기서 조심할 것이 있습니다. 장의 세로토닌은 혈액뇌장벽을 넘지 못합니다. 장에서 만든 세로토닌이 그대로 뇌의 기분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장이 곧 감정을 만든다'는 문장은 과장입니다.

장과 뇌가 신경과 면역과 대사물질로 서로 영향을 준다는 것까지는 근거가 있습니다. 그 이상은 아직 연구 중입니다. 여기서 멈추는 것이 정확한 서술입니다.

34 — 배고픔의 신호

배가 고픈 건
위가 비어서가 아닙니다

배고픔은 위의 빈 상태를 직접 느끼는 감각이 아닙니다. 위와 지방조직이 내보내는 호르몬이 뇌의 시상하부에 도착해서 만들어지는 해석입니다. 그렐린은 먹으라고 하고, 렙틴은 그만하라고 합니다.

그래서 배고픔은 시계에도 반응합니다. 늘 먹던 시간이 되면 위가 비지 않았어도 신호가 옵니다. 몸은 상태만이 아니라 예측으로도 움직입니다.

이 사이트는 여기서 더 나아가지 않습니다. 얼마를 먹어야 하는지, 몇 칼로리인지, 몸무게가 어때야 하는지는 다루지 않습니다.

35 — 물

갓 태어났을 때
당신의 75%는 물이었습니다

신생아의 몸은 무게의 약 75퍼센트가 물입니다. 성인은 60퍼센트 안팎, 나이가 들면 조금 더 내려갑니다. 근육은 물을 많이 품고 지방은 적게 품기 때문에 구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 물은 그냥 채워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3분의 2는 세포 안에 있고, 나머지가 세포 사이와 혈액에 있습니다. 농도 차이를 유지하는 일 자체가 몸이 하는 가장 기본적인 작업입니다.

그래서 '물을 마신다'는 것은 보충이 아니라 흐름을 유지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36 — 지금은 얼마나

나이에 따라
물의 비율이 달라집니다

60%
몸무게에서 물이 차지하는 대략의 비율

비율은 사람마다 다르고, 같은 사람 안에서도 하루 중에 달라집니다. 여기 나온 값은 범위의 가운데이지 당신의 값이 아닙니다.

확실한 것은 방향뿐입니다. 태어날 때 가장 물이 많고, 이후로 서서히 줄어듭니다. 줄어드는 것은 물만이 아니라, 물을 붙잡아두는 조직입니다.

부 4

당신은
하나가 아니다

여기가 이 사이트가 하려는 말의 한가운데입니다. 몸 안에는 당신이 아닌 것들이 살고, 그중 일부는 다른 사람에게서 왔습니다.

37 – 50 · 산문 12 · 체험 2
37 — 군중

당신 몸의 절반은
당신이 아닙니다

사람 세포 3.0 × 10¹³ 세균 3.8 × 10¹³
점 하나가 나타내는 수
당신이 아닌 것의 비율55.9 %
다시 세기 전까지 알려져 있던 비율90.9 % (10 대 1)

2016년에 다시 센 결과입니다. 그 전까지는 세균이 열 배 많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실제로는 대략 1대 1.3이었습니다. 그래도 세균이 더 많습니다.

대부분은 대장에 있습니다. 그들은 당신이 소화하지 못하는 것을 대신 분해하고, 비타민을 만들고, 면역을 조율합니다. 없으면 살기 어렵습니다.

당신은 한 사람이 아니라, 한 무리가 함께 유지하는 상태입니다.

38 — 열 배가 아니었다

40년 동안
틀린 숫자를 써 왔습니다

'몸속 세균이 사람 세포보다 열 배 많다'는 문장은 1972년에 나온 어림 계산이었습니다. 장 내용물 1그램에 세균이 얼마쯤 있을 것이라 가정하고, 장 부피를 곱한 것입니다. 논문에 근거로 붙은 계산은 한 문단뿐이었습니다.

2016년, 세 연구자가 실제 조직별로 다시 셌습니다. 결과는 사람 세포 3.0×10¹³, 세균 3.8×10¹³. 10대 1이 아니라 1대 1.3이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새 숫자가 아니라 고쳐졌다는 사실입니다. 과학은 틀리지 않아서 믿을 만한 것이 아니라, 틀린 것을 고치는 절차를 가지고 있어서 믿을 만합니다.

Sender R, Fuchs S, Milo R (2016) Revised Estimates for the Number of Human and Bacteria Cells in the Body. PLoS Biology 14(8).

39 — 1000종

유전자 수로 세면
그들이 100배 많습니다

몸에 사는 세균은 종으로 세면 수백에서 천 종가량입니다. 사람의 유전자는 약 2만 개인데, 그들이 가진 유전자를 전부 합치면 200만 개가 넘습니다.

유전자는 곧 할 수 있는 일의 목록입니다. 즉 몸 안에서 벌어지는 화학 반응의 목록을 놓고 보면 대부분이 당신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어떤 연구자들은 사람을 '사람 유전체 + 미생물 유전체'를 합친 하나의 단위로 다루자고 제안합니다. 받아들일지는 아직 논쟁 중입니다.

40 — 그들이 하는 일

없으면
당신은 살기 어렵습니다

장내 세균은 사람의 효소가 자르지 못하는 식이섬유를 분해합니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짧은사슬지방산은 대장 세포의 주 에너지원이 됩니다. 대장 세포는 혈액보다 세균이 준 것을 먼저 씁니다.

비타민 K와 B군 일부도 그들이 만듭니다. 병원체가 자리 잡을 공간을 미리 차지해 막기도 합니다. 면역세포가 무엇을 공격하고 무엇을 봐줄지 배우는 과정에도 관여합니다.

무균 상태로 키운 동물은 장 구조와 면역계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습니다. 몸은 그들이 있을 것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41 — 0.2킬로그램

전부 모아도
뇌 무게의 7분의 1입니다

38조 개라는 수를 들으면 무겁게 느껴지지만, 전부 모아도 0.2킬로그램 정도입니다. '장내 세균이 1.5킬로그램'이라는 문장도 널리 퍼졌지만 과대 추정이었습니다.

세균 하나의 부피는 사람 세포의 수백 분의 일입니다. 수가 비슷해도 질량은 비교가 안 됩니다.

수가 많다는 것과 무겁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몸 안에서 영향력은 대체로 무게가 아니라 수와 위치에서 나옵니다.

42 — 처음 받은 것

태어나는 길에서
첫 세균을 받습니다

태아의 장은 거의 무균에 가까운 상태입니다. 첫 정착은 태어나는 과정과 그 직후에 일어납니다. 산도를 지나며, 피부에 닿으며, 먹으며 받습니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와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는 초기 세균 구성이 다르게 관찰됩니다. 다만 몇 달에서 몇 년 사이에 그 차이는 상당 부분 좁혀집니다.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우열을 말하지 않습니다. 사실만 적습니다. 당신 몸에 처음 들어온 생명은 당신이 고르지 않았습니다.

43 — 항생제 이후

돌아오는 데
몇 달이 걸립니다

항생제는 목표한 균만 골라 죽이지 않습니다. 장에 사는 무리도 함께 줄어듭니다. 구성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데는 대체로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립니다.

그리고 일부 종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다시 채워지는 자리를 다른 종이 먼저 차지하면 이전 구성은 복원되지 않습니다. 숲이 불탄 뒤 다시 자라는 나무가 달라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고 항생제를 피해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이 사이트는 치료에 관해 조언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말하려는 것은 하나입니다. 몸 안의 구성원은 명단이 아니라 생태계입니다.

44 — 삼켜진 채 남았다

미토콘드리아는
원래 세균이었습니다

약 20억 년 전, 어떤 세포가 다른 세포를 삼켰습니다. 소화되지 않았고, 나가지도 않았습니다. 안에 남아 에너지를 만들어주고 대신 보호받았습니다. 그것이 미토콘드리아입니다.

증거는 지금도 몸 안에 남아 있습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자기 DNA를 따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 DNA는 세포핵이 아니라 세균의 것과 닮은 고리 모양입니다. 막도 두 겹이고, 스스로 분열합니다.

당신이 지금 쓰고 있는 에너지는 전부 그 옛날 삼켜진 세균의 후손이 만들고 있습니다. '당신이 아닌 것'은 장에만 있는 게 아니라 세포 하나하나 안에 있습니다.

45 — 어머니에게서만

미토콘드리아는
어머니에게서만 옵니다

정자에도 미토콘드리아가 있습니다. 하지만 수정 후 대부분 분해되어 사라집니다. 남는 것은 난자에 있던 것뿐입니다. 그래서 미토콘드리아 DNA는 어머니 계통으로만 이어집니다.

이 성질 덕분에 계보를 거꾸로 따라갈 수 있습니다.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로 계속 올라가면 지금 사는 모든 사람이 한 사람에게 모입니다.

그 사람을 미토콘드리아 이브라고 부릅니다. 인류의 첫 여성이라는 뜻이 아니라, 모계 계보만 따라갔을 때 만나는 가장 최근의 공통 조상이라는 뜻입니다.

46 — 거슬러 올라가면

당신의 미토콘드리아는
몇 세대를 지나왔나

8,000세대
미토콘드리아 이브(약 20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 어머니의 수
사람이 아프리카를 벗어난 때까지
농사가 시작된 때까지
당신이 태어난 뒤 지난 세대

8000명 남짓입니다. 한 줄로 세우면 몇 킬로미터가 되지 않습니다. 그 줄의 맨 끝에 있는 사람에게서 받은 것이 지금 당신 세포 안에서 에너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줄은 사람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더 거슬러 가면 20억 년 전 삼켜진 세균이 나옵니다. 당신 안에는 끊긴 적 없는 선이 하나 지나가고 있습니다.

47 — 다른 사람의 세포

어머니 몸 안에는
자식의 세포가 남습니다

임신 중에 태아의 세포 일부가 태반을 건너 어머니의 혈액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출산 뒤에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혈액에서, 피부에서, 간과 심장에서 발견됩니다. 출산 후 수십 년이 지난 사람에게서도 확인됩니다.

이 현상을 미세키메리즘이라고 부릅니다. 하나의 몸 안에 유전적으로 다른 세포가 섞여 살아가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 세포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조직 복구를 돕는다는 관찰도 있고, 면역과 관련된다는 관찰도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남아 있다는 사실 자체입니다.

48 — 그리고 반대로도

당신 몸 안에도
어머니의 세포가 있습니다

건너간 것은 한 방향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니의 세포도 태반을 건너 태아에게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세포는 태어난 뒤에도 남습니다. 성인이 된 사람에게서도 검출됩니다.

그러니 당신 몸에는 당신이 만들지 않은 세포가 있습니다. 당신보다 먼저 존재했고, 다른 유전체를 가지고 있고, 지금 당신 안에서 살아 있습니다.

여기서 이 사이트의 문장이 완성됩니다. 몸 안에 있는 '당신이 아닌 것'은 세균만이 아닙니다. 사람도 있습니다. 당신은 하나가 아닙니다. 처음부터 그랬습니다.

미세키메리즘은 관찰된 현상이며 그 기능과 영향은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여기서는 확인된 사실만 적었습니다.

49 — 바이러스가 남긴 것

당신 유전체의 8%는
바이러스입니다

사람 유전체의 약 8퍼센트는 옛날에 침입한 레트로바이러스의 흔적입니다. 생식세포에 끼어든 서열은 다음 세대로 그대로 전해집니다. 그렇게 수천만 년 동안 쌓였습니다.

실제로 단백질을 만드는 사람 유전자는 전체의 2퍼센트 남짓입니다. 몸 안에 남은 바이러스의 흔적이 사람 유전자보다 네 배 많습니다.

대부분은 망가진 채 조용히 있습니다. 그런데 전부 그런 것은 아닙니다.

50 — 태반을 만든 유전자

사람이 태어나는 방식은
바이러스에서 왔습니다

태반에는 세포들이 막을 허물고 하나로 합쳐진 층이 있습니다. 모체와 태아 사이에서 영양분은 통과시키고 면역 공격은 막는 층입니다. 그 융합을 일으키는 단백질이 신시틴입니다.

신시틴을 만드는 유전자는 사람이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것이 아닙니다. 레트로바이러스가 자기 껍질을 세포에 붙일 때 쓰던 유전자를, 몸이 그대로 가져다 쓴 것입니다.

침입의 도구가 보호의 도구가 되었습니다. 당신이 세상에 나온 방식 자체가, 오래전 당신 조상을 감염시킨 무언가에게서 빌려온 것입니다.

부 5

남는 것은
배치뿐

몸을 이루는 재료는 계속 빠져나가고 새로 들어옵니다. 그런데 당신은 계속 당신입니다. 무엇이 남아 있는 걸까요.

51 – 62 · 산문 7 · 체험 5
51 — 10년 전의 당신

10년 전의 당신과
지금의 당신은 다른 물질입니다

조직마다 갈리는 속도가 다릅니다. 위벽은 5일, 피부 바깥층은 2~4주, 적혈구는 120일, 간세포는 1년 남짓, 뼈는 해마다 10분의 1 정도가 새것으로 바뀝니다.

그래서 '몸이 7년마다 완전히 바뀐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속도가 조직마다 다르고, 아예 갈리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바뀝니다.

52 — 같은 강

강물은 매 순간 다른 물인데
우리는 같은 강이라고 부릅니다

물질이 전부 바뀌는데도 같은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이름 붙인 대상이 물질이 아니라 배치였기 때문입니다. 강은 물이 아니라 물이 흐르는 형태입니다.

몸도 그렇습니다. 당신을 이루는 원자는 빌린 것이고 곧 나갑니다. 남는 것은 그 원자들이 어떤 순서로 놓여 있었는가, 어떤 연결을 유지했는가입니다. 당신은 물질이 아니라 패턴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잃어가는 과정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멈추면 죽습니다. 교체되고 있다는 것이 살아 있다는 뜻입니다.

53 — 읽는 동안

당신이 이 문장을 읽는 동안
죽은 세포의 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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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페이지에 머문 시간
같은 시간에 새로 태어난 세포
총수의 변화거의 없음

같은 수만큼 새로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총수는 거의 변하지 않습니다. 들어오고 나가는 양이 맞아떨어지는 상태 — 그것이 유지입니다.

세포 30조 개가 각자 자기 일을 합니다. 전체를 아는 중앙은 없습니다. 당신이라는 것은 그 30조 개가 만들어내는 합의에 가깝습니다.

54 — 예정된 죽음

세포는 명령을 받고
스스로 사라집니다

세포가 죽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사고로 터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절차를 밟아 스스로를 정리하는 것입니다. 후자를 아포토시스라고 부릅니다.

아포토시스에 들어간 세포는 DNA를 잘게 자르고, 부풀지 않게 몸을 접고, '나를 치워달라'는 표지를 바깥에 내겁니다. 그러면 이웃 세포나 면역세포가 조용히 삼킵니다. 염증이 생기지 않습니다.

이 절차가 고장 나서 죽어야 할 세포가 죽지 않고 계속 늘어나는 것이 암입니다. 몸에서 죽음은 실패가 아니라 기능입니다.

55 — 깎아서 만든다

손가락은 자라난 게 아니라
깎여서 생겼습니다

태아의 손은 처음에 주걱 모양입니다. 손가락이 하나씩 자라 나오는 것이 아니라, 판 하나가 먼저 생기고 손가락 사이의 세포가 명령을 받아 사라지면서 갈라집니다.

조각가가 돌을 깎아 형태를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몸은 만들어 붙이기보다 필요 없는 부분을 지우는 방식을 자주 씁니다.

뇌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어릴 때 만들어진 연결 중 상당수가 이후에 정리됩니다. 남는 것이 무엇인지는 무엇을 지웠는지로 결정됩니다.

56 — 부수며 유지한다

뼈는 매년
10분의 1씩 헐립니다

뼈는 굳어 있는 돌이 아닙니다. 파골세포가 낡은 부분을 녹여내고, 조골세포가 그 자리를 새로 채웁니다. 이 순환으로 성인의 뼈는 해마다 10퍼센트가량이 교체됩니다.

이 방식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힘을 많이 받는 자리는 더 두껍게, 안 받는 자리는 얇게 재배치할 수 있습니다. 뼈는 쓰는 방식에 맞춰 매년 다시 설계됩니다.

그래서 오래 움직이지 않으면 뼈가 얇아집니다. 우주에서 오래 지낸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이 그것입니다.

57 — 뼈의 강도

같은 무게 강철보다
강합니다

절대 강도로만 보면 강철이 뼈보다 강합니다. 그런데 강철은 뼈보다 네 배 넘게 무겁습니다. 같은 무게로 맞춰 비교하면 순서가 바뀝니다.

몸은 무게를 스스로 들고 다녀야 합니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절대 강도가 아니라 무게당 강도입니다. 뼈는 그 조건에서 선택된 재료입니다.

게다가 뼈는 부러져도 스스로 다시 붙습니다. 강철에는 없는 성질이고, 그것이 살아 있는 재료의 이점입니다.

58 — 찢어야 자란다

근육은 손상되고
고쳐지면서 커집니다

근육에 평소보다 큰 힘이 걸리면 근섬유에 미세한 손상이 생깁니다. 몸은 그것을 복구하면서 이전보다 조금 두껍게 만듭니다. 다음에 같은 힘이 와도 견디도록 하는 조정입니다.

그러니 성장은 운동하는 동안이 아니라 쉬는 동안 일어납니다. 회복이 곧 성장입니다.

근육 세포의 핵은 잘 사라지지 않습니다. 운동을 멈춰 근육이 줄어도 핵은 남는 경향이 있습니다. 몸은 한 번 배운 것을 구조로 기억합니다.

59 — 갈리지 않는 것

눈의 수정체는
태어날 때 그대로입니다

몸의 거의 모든 것이 교체되지만 예외가 있습니다. 눈의 수정체 중심부 단백질은 태아 때 만들어진 것이 평생 그대로 남습니다. 치아 에나멜도 한번 만들어지면 다시 만들지 않습니다. 대뇌 피질 신경세포와 심장 근육세포도 대부분 평생을 함께 갑니다.

갈리지 않는다는 것은 손상이 지워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수정체 단백질은 수십 년 동안 자외선과 산화를 그대로 받아 조금씩 굳고 흐려집니다.

교체는 대가를 치르지만, 교체하지 않는 것도 대가를 치릅니다. 몸은 부위마다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60 — 자라난 길이

손톱과 머리카락을
평생 이으면

손톱 (열 손가락, 월 3.5mm)
머리카락 (약 10만 가닥, 월 1.25cm)
머리카락을 전부 이으면
지구 둘레로 치면

머리카락 한 가닥은 한 달에 1.25센티미터쯤 자랍니다. 느려 보이지만 10만 가닥이 동시에 자랍니다. 합치면 하루에 30미터가 넘습니다.

그 길이는 전부 단백질입니다. 케라틴을 만들어 밀어내는 일이 머리 가죽 아래에서 쉬지 않고 진행되고 있습니다. 당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동안에도.

61 — 청소 시간

잠은 뇌를
씻어내는 시간입니다

몸의 다른 곳에는 림프관이 있어 노폐물을 걷어갑니다. 뇌에는 림프관이 거의 없습니다. 대신 뇌척수액이 혈관을 따라 난 통로로 들어와 조직 사이를 씻고 나갑니다. 이 계통을 글림프계라고 부릅니다.

특이한 것은 시점입니다. 이 흐름은 잠든 동안에 크게 활발해집니다. 잘 때 신경세포 사이 공간이 넓어지면서 액체가 잘 통하게 된다는 관찰이 있습니다.

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깨어 있는 동안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시간입니다. 정리는 영업이 끝난 뒤에 합니다.

62 — 잔 시간

당신은 지금까지
이만큼 잤습니다

태어난 날을 넣으면 당신의 숫자가 나옵니다
깨어 있던 시간
그중 꿈을 꾼 시간 (REM 22%)
인생에서 잠이 차지하는 비율

인생의 3분의 1은 잠입니다. 낭비처럼 보이지만, 잠을 없앨 수 있었다면 진화는 진작 없앴을 것입니다. 자는 동안은 먹지도 못하고 도망치지도 못합니다. 그 위험을 감수할 만큼 필요한 일이 그 시간에 일어납니다.

꿈을 꾸는 REM 수면은 신생아에게서 특히 깁니다. 전체 수면의 절반에 가깝습니다. 아직 세상을 별로 보지 못한 뇌가 무엇을 정리하고 있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부 6

당신이 아는 세계는
뇌가 만든 것

몸 바깥의 일은 전부 신호로 번역되어 들어옵니다. 번역에는 시간이 걸리고, 빠진 곳은 채워집니다.

63 – 76 · 산문 9 · 체험 5
63 — 반응 속도

얼마나 빨리
누를 수 있나

눌러서 시작
색이 바뀌는 순간 다시 누르세요

빛이 눈에서 손가락까지 가는 물리적 거리는 2미터가 되지 않습니다. 신경 신호가 초속 120미터로 달린다면 20밀리초면 충분합니다. 그런데 실제 기록은 200에서 300밀리초입니다.

차이는 전선의 길이가 아니라 판단에 들었습니다. 망막이 신호로 바꾸는 데, 시각 피질이 '무엇이 바뀌었다'고 결론 내리는 데, 그리고 누르라고 결정하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당신이 세상에 반응하는 속도의 대부분은 이동 시간이 아니라 해석 시간입니다.

어떤 기록도 저장하거나 전송하지 않습니다. 새로고침하면 사라집니다.

64 — 소리보다 느리다

신경 신호는
초속 120미터입니다

가장 빠른 신경섬유의 전달 속도는 초속 120미터 정도입니다. 소리는 공기 중에서 초속 343미터로 갑니다. 몸 안이 공기 중보다 느립니다.

게다가 모든 신경이 빠른 것도 아닙니다. 통증 중 둔하게 퍼지는 종류를 나르는 섬유는 초속 1미터도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발가락을 찧으면 날카로운 통증이 먼저 오고 묵직한 통증이 나중에 옵니다. 같은 사건인데 두 번 도착합니다.

빠른 섬유에는 절연 껍질이 감겨 있고, 신호가 그 사이를 건너뛰며 갑니다. 속도를 올리려면 재료를 더 써야 합니다. 몸은 필요한 곳에만 그 비용을 냈습니다.

65 — 늘 과거를 본다

당신이 보는 것은
100밀리초 전입니다

빛이 망막에 닿고, 신호가 만들어지고, 뇌가 그것을 장면으로 조립하는 데 대략 100밀리초가 걸립니다. 지금 보이는 것은 이미 지나간 순간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대체로 헛짚지 않고 날아오는 공을 잡습니다. 뇌가 지연을 알고 앞을 예측해서 보정하기 때문입니다. 보이는 위치는 실제로는 뇌가 계산한 '지금쯤 여기 있을 자리'입니다.

당신이 보는 현재는 측정된 것이 아니라 추정된 것입니다.

66 — 뇌가 맞춘다

발끝 신호와 얼굴 신호가
다른 시각에 도착합니다

발끝을 건드린 신호가 뇌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굴을 건드린 신호보다 수십 밀리초 깁니다. 거리가 다르니 당연합니다.

그런데 발과 얼굴을 동시에 건드리면 우리는 동시라고 느낍니다. 뇌가 도착 시각이 아니라 사건 시각을 재구성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온 신호를 잠시 붙잡아두고 늦게 오는 것을 기다립니다.

그래서 '지금'은 순간이 아니라 폭이 있는 창입니다. 대략 100밀리초쯤의 창. 그 안에 들어온 일들은 전부 동시에 일어난 것이 됩니다.

67 — 맹점

한쪽 눈을 감고
점을 보세요

오른쪽 눈을 감고, 왼쪽 눈으로 를 봅니다. 그대로 화면에서 얼굴을 천천히 멀어졌다 가까워지세요. 어느 지점에서 오른쪽 원이 사라집니다.

사라진 자리는 시신경이 눈알을 빠져나가는 구멍입니다. 거기에는 빛을 받는 세포가 없습니다. 지름 1.5밀리미터쯤 되는 진짜 구멍이 두 눈에 하나씩 있습니다.

그런데 평소에는 시야에 검은 점이 보이지 않습니다. 한쪽 눈이 가리는 자리를 다른 눈이 보고 있고, 한쪽 눈만 떠도 뇌가 주변 무늬로 그 자리를 메우기 때문입니다.

이건 설명이 아니라 증명입니다. 방금 당신 눈앞에서 실제로 사라졌습니다. 보이는 것이 있는 것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몸이 직접 보여줍니다.

68 — 채워 넣는다

사라진 자리를
뇌가 그려 넣습니다

맹점 자리에 벽지 무늬가 있으면 뇌는 그 무늬를 이어 그립니다. 줄무늬가 있으면 줄무늬를, 회색이면 회색을 채웁니다. 확인한 적 없는 것을 확인한 것처럼 보여줍니다.

이건 결함이 아니라 방침입니다. 매 순간 모든 곳을 확인하는 것은 비용이 너무 큽니다. 그래서 뇌는 대부분을 추측으로 채우고, 예상과 어긋나는 곳에만 주의를 씁니다.

그러니 '본다'는 것은 받아 적는 일이 아니라 고쳐 쓰는 일에 가깝습니다. 당신이 아는 바깥세상은, 몸이 만든 가장 그럴듯한 초안입니다.

69 — 눈이 보내는 양

망막에서 뇌로
초당 10메가비트

0메가비트
이 페이지를 연 뒤 두 눈이 뇌로 보낸 양 · 초당 약 10Mbit

망막의 신경절세포는 약 100만 개이고, 여기서 뇌로 나가는 정보량은 초당 10메가비트 정도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의식이 다루는 양은 그것과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여러 추정에서 초당 수십 비트 수준으로 봅니다. 들어온 것의 100만 분의 1쯤만 '보았다'가 됩니다.

나머지가 버려지는 것은 아닙니다. 자세를 잡고, 눈을 움직이고, 위험을 감지하는 데 쓰입니다. 다만 당신에게 보고되지 않을 뿐입니다.

70 — 색은 없다

세상에 색은 없습니다
파장이 있을 뿐입니다

빛에는 파장이 있습니다. 색은 없습니다. 색은 세 종류의 원뿔세포가 각각 얼마나 반응했는지를 뇌가 비교해서 붙인 이름입니다.

증거는 자주색입니다. 자주색에 해당하는 파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빨강과 파랑이 함께 자극될 때 뇌가 만들어내는 색입니다. 스펙트럼에 없는 색을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봅니다.

원뿔세포를 네 종류 가진 동물은 우리가 구분하지 못하는 색을 봅니다. 세상에 색이 몇 가지 있는지는 세상이 아니라 보는 쪽이 정합니다.

71 — 통증은 기능이다

통증을 못 느끼는 사람은
오래 살지 못합니다

선천성 무통증이라는 드문 상태가 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통증을 느끼지 못합니다. 고통이 없으니 편할 것 같지만 반대입니다. 혀를 씹어도 모르고, 골절을 딛고 걷고, 화상을 알아채지 못합니다.

통증은 손상을 알리는 신호이자 그 부위를 쓰지 못하게 만드는 강제 장치입니다. 쉬게 만들지 않으면 낫지 않습니다.

그래서 통증은 고장이 아니라 보호입니다. 불쾌하도록 설계된 이유는, 불쾌하지 않으면 사람이 말을 듣지 않기 때문입니다.

72 — 가려움

긁으면 시원한 이유는
통증으로 덮기 때문입니다

가려움은 통증과 다른 경로로 전달됩니다. 담당하는 신경섬유도 다르고, 만들어내는 행동도 반대입니다. 통증은 피하게 만들고 가려움은 긁게 만듭니다.

긁으면 시원한 것은 긁는 자극이 약한 통증을 만들어 가려움 신호를 덮기 때문입니다. 척수에서 두 신호가 서로를 억제합니다. 다만 긁은 자리에는 다시 가려움을 부르는 물질이 나옵니다.

가려움에는 목적이 있었을 것입니다. 피부에 붙은 벌레와 기생충을 떼어내는 것. 지금 남은 것은 그 회로뿐입니다.

73 — 좁은 창

33도에서 42도,
그 사이에서만 삽니다

37.0 °C

기준 상태입니다.

몸이 정상으로 작동하는 폭은 10도가 되지 않습니다. 바깥 기온은 영하 40도에서 영상 50도까지 오가는데, 안쪽은 그 좁은 창을 계속 지킵니다.

이유는 효소입니다. 몸의 화학 반응을 진행시키는 단백질은 모양이 곧 기능이고, 그 모양은 온도에 민감합니다. 몇 도만 벗어나도 접힘이 흐트러집니다.

당신의 체온은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지켜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 슬라이더는 온도가 생체에 미치는 일반적인 물리·화학적 설명입니다. 증상 판단이나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74 — 두 방향

떨림과 땀은
같은 조절의 양쪽입니다

체온을 지키는 방식은 두 방향입니다. 모자라면 만들고, 넘치면 버립니다. 떨림은 근육을 헛돌려 열을 만드는 것이고, 땀은 물을 증발시켜 열을 가져가게 하는 것입니다.

판단은 시상하부에서 이뤄집니다. 목표값을 정해두고, 피부와 혈액에서 오는 온도를 비교해 어느 쪽 장치를 켤지 정합니다. 온도조절기와 같은 구조입니다.

열이 나는 것은 이 목표값 자체가 올라간 상태입니다. 그래서 열이 오를 때 오히려 춥게 느껴집니다. 몸은 새 목표에 맞춰 아직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75 — 뇌의 몫

무게는 2%인데
에너지는 20%를 씁니다

뇌의 무게는 몸의 2퍼센트 남짓인데, 쓰는 에너지는 전체의 20퍼센트입니다. 무게 대비 열 배입니다.

그리고 그 소비는 생각을 하든 안 하든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신경세포가 막 안팎의 전위차를 유지하는 데 쓰입니다. 말할 준비 상태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비용입니다.

어린아이는 이 비율이 더 높습니다. 다섯 살 무렵에는 전체 에너지의 절반 가까이가 뇌로 갑니다. 사람은 몸보다 뇌를 먼저 키우는 쪽을 택했습니다.

76 — 860억

뇌의 뉴런 수와
은하의 별 수

뇌의 신경세포 860억 우리 은하의 별 1000억 ~ 4000억
별 하나에 뉴런 몇 개
뉴런 하나가 맺는 연결평균 7,000 개
연결의 총수약 100조 개

뉴런의 수는 별의 수와 자릿수가 같습니다. 자주 인용되는 비유지만, 여기서 멈추면 절반만 본 것입니다.

차이는 연결에 있습니다. 별들은 서로 닿지 않습니다. 뉴런은 하나가 평균 7000개와 이어져 있고, 전체 연결은 100조 개에 이릅니다. 수가 아니라 연결이 뇌를 뇌로 만듭니다.

여기서 바깥이 한 번 나옵니다. 이 사이트는 곧 다시 바깥으로 나갈 예정입니다. 다만 그 문은 몸 안쪽 끝에 있습니다.

부 7

접혀 있는 것

세포 하나마다 2미터짜리 실이 들어 있습니다. 그 실에 적힌 것은 명령이 아니라 조건부 지시에 가깝습니다.

77 – 88 · 산문 9 · 체험 3
77 — 풀어놓은 DNA

세포 하나에 2미터.
전부 이으면 태양을 넘어갑니다

km
세포 30조 개 × 2미터
지구 둘레로 치면
달까지 거리로 치면
태양까지 거리로 치면

염색체 46개를 전부 이으면 2미터입니다. 그 실이 지름 0.00001미터짜리 핵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비율로 치면 테니스공 안에 200킬로미터짜리 실을 넣은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그 일이 세포 30조 개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습니다. 몸에서 가장 정교한 작업은 지금도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78 — 접는 법

2미터를
0.00001미터 안에

DNA는 히스톤이라는 단백질 뭉치에 실패처럼 감깁니다. 그 감긴 단위가 다시 꼬이고, 그 꼬임이 또 접힙니다. 단계마다 부피가 줄어 최종적으로 1만분의 1로 압축됩니다.

그런데 그냥 뭉쳐놓으면 안 됩니다. 필요한 유전자를 언제든 꺼내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자주 읽는 부분은 느슨하게, 읽지 않는 부분은 단단하게 접힙니다.

어떤 부분이 느슨하고 어떤 부분이 단단한지가 세포마다 다릅니다. 같은 책을 가지고도 서로 다른 쪽만 펼쳐 읽는 셈입니다. 간세포와 신경세포가 다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79 — 2퍼센트

유전자는 전체의
2%뿐입니다

사람 유전체 30억 글자 가운데 단백질 설계도로 쓰이는 부분은 2퍼센트 남짓입니다. 한동안 나머지는 '쓰레기 DNA'라고 불렸습니다.

지금은 그 이름을 쓰지 않습니다. 그 구간에는 언제 어느 유전자를 켤지 정하는 스위치가 있고, RNA로만 읽히고 단백질이 되지 않는 조절 요소가 있고, 49번에서 본 바이러스의 흔적이 있습니다.

다만 전부가 기능을 가진다는 뜻도 아닙니다. 어디까지가 기능이고 어디부터가 잔해인지는 아직 논쟁 중입니다. 확정되지 않은 것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적습니다.

80 — 짧아지는 끝

복제할 때마다
끝이 조금씩 닳습니다

DNA를 복제하는 효소는 가닥의 맨 끝을 완전히 복사하지 못합니다. 구조상 그렇습니다. 그래서 분열할 때마다 염색체 끝이 조금씩 짧아집니다.

중요한 정보가 깎이지 않도록, 끝에는 의미 없는 서열이 반복해서 붙어 있습니다. 이것이 텔로미어입니다. 신발끈 끝의 플라스틱 같은 역할입니다.

그 여유분이 다 닳으면 세포는 더 나뉘지 않고 멈춥니다. 분열 횟수에 한도가 있다는 것은 결함이 아니라 안전장치이기도 합니다. 무한히 나뉘는 세포가 무엇인지는 54번에서 이미 보았습니다.

81 — 몇 번까지

세포는
50~70번 나뉩니다

이 세포에서 나온 세포 수1
남은 텔로미어
상태

이 한도를 헤이플릭 한계라고 부릅니다. 1961년, 배양한 사람 세포가 일정 횟수 뒤에 더 나뉘지 않는다는 것이 관찰되면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40번만 나뉘어도 세포는 1조 개가 넘습니다. 한도가 있다는 것과 부족하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생식세포와 줄기세포는 텔로머라아제라는 효소로 끝을 다시 늘립니다. 그래서 세대가 이어져도 계보 전체가 닳아 없어지지 않습니다.

82 — 매일 생기는 오류

하루에 수만 건씩
손상됩니다

세포 하나의 DNA에는 하루에 수만 건의 손상이 생기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자외선, 활성산소, 자연적인 화학 반응, 복제 실수. 원인은 여러 가지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그날 안에 고쳐집니다. 손상 종류마다 담당하는 수리 체계가 따로 있고, 두 가닥이 나선으로 붙어 있는 구조 자체가 한쪽이 망가져도 반대쪽을 보고 복원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몸이 잘 유지되는 이유는 손상이 적어서가 아닙니다. 손상이 많은데도 그보다 더 많이 고치기 때문입니다.

83 — 오류가 재료다

완벽히 수리했다면
사람도 없었습니다

복제 정확도는 아주 높습니다. 10억 글자에 한 번꼴로 틀립니다. 그런데 0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 점이 중요합니다.

복제가 완벽하다면 자손은 부모와 똑같습니다. 변이가 없으면 선택할 것도 없고, 환경이 바뀌어도 대응할 방법이 없습니다. 진화는 오류를 재료로 씁니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당신이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는,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잘못 복사되었기 때문입니다.

84 — 있었다 사라진 것

태아 때 당신에게
꼬리가 있었습니다

발생 4주에서 5주 사이, 사람의 배아에는 척추가 엉덩이 너머로 이어진 꼬리가 있습니다. 척추뼈로 열 개 남짓. 그리고 8주쯤에 대부분이 예정된 죽음으로 흡수됩니다. 남은 것이 꼬리뼈입니다.

같은 시기 목 부위에는 인두굽이라는 주름이 생깁니다. 물고기에서는 아가미가 되는 구조입니다. 사람에게서는 턱과 귀와 후두의 재료가 됩니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쓰입니다.

발생 과정은 조상의 역사를 그대로 재생하지 않습니다. 다만 오래된 설계를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그 위에 고쳐 짓습니다.

85 — 40주

하나의 세포에서
사람이 되기까지

대략의 길이
수정란 하나에서 지난 시간

수정란은 세포 하나입니다. 40주 뒤에는 세포 수 2조 개가 넘는 몸이 됩니다. 그 사이에 심장이 뛰기 시작하고, 신경관이 접히고, 손가락이 깎여 나옵니다.

놀라운 것은 지시서의 크기입니다. 이 전 과정을 안내하는 정보는 그 첫 세포 안의 2미터짜리 실 하나에 들어 있었습니다. 설계도가 아니라, 순서대로 켜지는 스위치의 목록에 가깝습니다.

86 — 6주까지는 같다

남녀의 구조는
처음엔 구분되지 않습니다

발생 6주까지 배아의 생식 구조는 어느 쪽으로도 갈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집니다. 같은 원기에서 시작해, 이후에 켜지는 유전자와 호르몬에 따라 서로 다른 기관으로 발달합니다.

그래서 남녀의 기관 사이에는 대응 관계가 남습니다. 같은 재료에서 갈라졌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가 발생학이 말하는 사실입니다. 이 사이트는 사실만 적고, 해석을 덧붙이지 않습니다.

87 — 명령이 아니다

유전자는 설계도가 아니라
조건부 지시에 가깝습니다

'유전자에 적혀 있다'는 표현은 오해를 부릅니다. 유전자에 적힌 것은 결과가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무엇을 만들지입니다. 조건이 달라지면 결과도 달라집니다.

게다가 어느 유전자를 읽을지는 화학적 표지로 조절됩니다. DNA에 메틸기가 붙거나, 히스톤의 꼬리가 화학적으로 바뀌면 그 구간은 읽히거나 읽히지 않게 됩니다. 이 조절을 후성유전이라고 합니다.

표지는 환경에 따라 달라지고, 세포가 나뉠 때 대체로 함께 복사됩니다. 몸은 지시서를 받은 것이 아니라, 계속 고쳐 읽고 있는 중입니다.

88 — 같은 유전체, 다른 결과

일란성 쌍둥이도
시간이 지나면 달라집니다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체가 거의 같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후성유전 표지의 분포가 벌어집니다. 무엇을 먹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무엇에 노출되었는지가 읽는 방식을 바꿉니다.

그래서 같은 책을 가지고 시작해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쪽을 펼쳐 읽게 됩니다. 질병 위험도, 노화 속도로 보이는 지표도 갈라집니다.

유전자는 시작점이지 결말이 아닙니다. 그리고 시작점조차, 앞의 부에서 보았듯 전부 당신 것은 아니었습니다.

부 8

거의 전부
비어 있다

세포보다 더 안으로 들어가면 원자가 나옵니다. 그리고 원자는 거의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89 – 96 · 산문 4 · 체험 4
89 — 7 곱하기 10의 27제곱

몸속 원자가
우주의 별보다 많습니다

몸에는 원자가 약 7 × 10²⁷개 있습니다. 7 뒤에 0이 27개 붙습니다. 관측 가능한 우주의 별 수는 대략 10²²에서 10²⁴개로 추정됩니다. 몸 하나가 우주의 별 전체보다 수십만 배 많은 부품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중 대부분은 수소입니다. 개수로 세면 10개 중 6개가 수소입니다. 무게로 세면 산소가 가장 많습니다. 수소가 너무 가볍기 때문입니다.

세는 방법에 따라 답이 바뀝니다. 몸을 이해하는 데 숫자 하나로는 부족한 이유가 그것입니다.

90 — 걷어내면

빈 공간을 전부 빼면
무엇이 남을까요

1.70m
아직 사람 크기입니다
무게70 kg — 변하지 않습니다
비교하면
밀도

원자핵의 지름은 원자 지름의 10만분의 1입니다. 원자를 축구 경기장 크기로 키우면 핵은 한가운데 놓인 쌀알만 합니다. 나머지는 전부 전자가 확률로 퍼져 있는 공간입니다.

핵만 남기고 전부 눌러 붙이면 사람 하나는 지름 0.008밀리미터가 됩니다. 적혈구 한 개와 거의 같은 크기입니다. 흔히 인용되는 '소금 알갱이'는 사람 하나가 아니라 인류 80억 명 전체를 눌렀을 때에 가깝습니다. 그것도 소금 알갱이보다는 커서 한 변 1.4센티미터, 각설탕 하나쯤 됩니다.

그런데도 벽을 밀면 손이 통과하지 않습니다. 거의 비어 있는 것끼리 서로를 막습니다.

중성자별 물질의 밀도(약 2.3×10¹⁷ kg/m³)를 기준으로 계산했습니다. 널리 퍼진 비유가 자릿수를 놓친 경우라서 여기서는 계산해 고쳤습니다.

91 — 힘을 만진다

벽을 밀 때 막는 것은
물질이 아니라 힘입니다

거의 비어 있는 것끼리 왜 통과하지 못할까요. 두 가지가 막습니다. 하나는 전자끼리 밀어내는 전기적 반발이고, 다른 하나는 같은 상태에 두 전자가 들어갈 수 없다는 규칙입니다.

두 번째는 힘이 아니라 규칙입니다. 그런데 결과는 힘처럼 나타납니다. 전자를 좁은 곳에 몰아넣으려 하면 저항이 생깁니다. 당신이 의자에 앉아 있을 수 있는 이유의 상당 부분이 이 규칙입니다.

3번 섹션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여기서 닫힙니다. 당신이 평생 만져온 것은 물체가 아니라 밀어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밀어냄은 거의 비어 있는 것들이 만들어냅니다.

92 — 하루치 ATP

만들어 쓰는 양이
당신 체중만큼입니다

65kg
하루에 만들어졌다 쓰이는 ATP 의 총 무게
몸에 늘 있는 ATP 양약 50 g
같은 분자가 하루에 재활용되는 횟수
1초에 만들어지는 ATP 분자 수

몸에 저장된 ATP는 50그램뿐입니다. 다 쓰면 2분도 못 버팁니다. 그런데 하루에 소비하는 총량은 체중만큼입니다.

모순처럼 보이지만 답은 간단합니다. 같은 분자를 하루에 천 번 넘게 다시 씁니다. 쓰고 나면 다시 붙여서 원래대로 만듭니다. 그 재조립이 미토콘드리아에서 벌어집니다.

그러니 몸은 에너지를 저장하는 통이 아니라 쉬지 않고 돌아가는 회전문에 가깝습니다.

93 — 100와트

가만히 있어도
전구 하나만큼 열이 납니다

쉬고 있을 때 몸이 내보내는 열은 100와트 안팎입니다. 예전 백열전구 하나와 같습니다. 자는 동안에도 70와트쯤은 계속 납니다.

그래서 사람이 모이면 방이 더워집니다. 100명이 있는 방에는 1만 와트짜리 난방기가 켜져 있는 셈입니다. 큰 건물의 냉방 설계에는 실제로 사람 수가 들어갑니다.

그 열은 부산물이 아니라 본체입니다. 몸이 하는 화학 반응의 상당 부분은 결국 열로 끝납니다. 살아 있다는 것은 주변보다 뜨겁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94 — 어디로 갔나

먹은 것의 대부분은
숨으로 빠져나갑니다

먹은 것이 몸에서 나가는 경로를 무게로 따져보면, 가장 큰 출구는 대장도 신장도 아니라 입니다. 지방이 분해되면 대부분 이산화탄소가 되어 숨으로 나갑니다.

탄소·수소·산소로 된 분자를 태우면 이산화탄소와 물이 남습니다. 물은 오줌과 땀으로, 이산화탄소는 숨으로 갑니다. 몸에서 빠져나가는 무게의 대부분은 공기 중으로 흩어집니다.

직관과 반대입니다. 우리는 무언가가 사라지면 아래로 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는 위로 갑니다.

95 — 평생 지나간 양

지금까지
이만큼 지나갔습니다

태어난 날을 넣으면 당신의 숫자가 나옵니다 · 무게 총량만 셉니다
음식 (하루 1.2 kg 기준)
물 (하루 2.5 L 기준)
공기 (하루 약 14 kg)
지금 남아 있는 것거의 없음

톤 단위가 몸을 지나갔는데 몸무게는 그대로입니다. 들어온 만큼 나갔기 때문입니다. 몸은 저장고가 아니라 통과 지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당신을 이루고 있는 원자는, 그 흐름 중 잠시 붙잡힌 것들입니다. 52번에서 본 강이 여기서 다시 나옵니다.

무게 총량만 계산합니다. 열량·체중·체지방은 다루지 않으며, 이 값은 표준 기준치에 따른 개략적인 크기 감각을 위한 것입니다.

96 — 걸어온 거리

당신은 지구를
몇 바퀴 걸었을까요

km
보폭 0.7미터 기준 · 태어난 날을 넣으면 당신의 숫자가 나옵니다
지구 둘레로 치면
총 걸음 수
그동안 심장이 뛴 횟수

걷는 동안 몸은 넘어지고 있습니다. 한 걸음마다 앞으로 무게를 흘리고, 다른 발이 그것을 받습니다. 걷기는 제어된 넘어짐입니다.

그래서 걷는 데 드는 에너지는 생각보다 적습니다. 두 다리로 걷는 방식은 네 다리보다 느리지만 훨씬 오래갑니다. 사람은 빠르게 달리는 대신 멀리 가는 쪽을 골랐습니다.

부 9

안쪽 끝에서
우주가 나온다

가장 깊이 들어간 자리에서 문이 하나 열립니다. 그 문은 바깥으로, 그것도 아주 멀리 이어져 있습니다.

97 – 100 · 산문 3 · 체험 1
97 — 원소의 고향

몸을 이루는 원자가
어디서 왔는지 눌러보세요

원소를 골라보세요

몸의 99%는 여섯 가지 원소로 되어 있습니다. 각각 만들어진 곳이 다릅니다.

수소를 빼면 전부 별 안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별이 수명을 다하고 흩어지지 않았다면 이 원자들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니 몸 안으로 끝까지 들어가는 길은 바깥으로 나가는 길이기도 했습니다. 안쪽 끝에서 우주가 나옵니다.

98 — 별을 거치지 않은 것

몸에서 수소만
138억 년 된 것입니다

빅뱅 이후 몇 분 동안 우주는 수소와 헬륨, 그리고 아주 적은 리튬만 만들었습니다. 그다음 원소가 만들어지려면 별이 필요했고, 별이 생기기까지는 수억 년이 더 걸렸습니다.

그러니 몸 안의 수소 원자는 지금 우주만큼 오래되었습니다. 물 분자 하나에 수소가 두 개씩 붙어 있습니다. 당신의 60퍼센트가 물이고, 그 물의 대부분은 우주가 처음 만든 재료입니다.

나머지 원소는 전부 별의 내부를 통과했습니다. 몸 안에 별을 거치지 않은 물질과 거친 물질이 섞여 있습니다. 몸은 두 시대의 재료로 만들어졌습니다.

99 — 우리 안의 바다

피의 이온 구성이
바닷물과 닮았습니다

혈장에 녹아 있는 이온의 종류와 대략의 비율은 바닷물과 비슷합니다. 나트륨·염소·칼륨·칼슘·마그네슘. 농도는 바닷물의 3분의 1쯤으로 옅습니다.

이 유사성이 곧 '피가 옛 바다다'라는 뜻은 아닙니다. 바다의 조성은 시대마다 달랐고, 몸도 계속 조절합니다. 다만 세포가 작동하도록 만들어진 조건이 바다에서 정해졌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세포는 아직도 그 조건에서만 일합니다. 그래서 몸은 그 환경을 안에 담아두고 유지합니다. 바다를 떠난 것이 아니라, 조금 담아서 나온 것입니다.

100 — 빌린 것

이 원자들은
잠시 당신의 배치를 이루고 있을 뿐입니다

이 원자들은 별에서 만들어져 우주를 떠돌다가, 지구가 생길 때 여기 실려 왔고, 돌과 물과 다른 생물을 거쳐 지금 당신 안에 있습니다. 그리고 곧 나갑니다. 이미 나가고 있습니다. 숨으로, 물로, 떨어지는 피부로.

남는 것은 물질이 아니라 배치였습니다. 그리고 그 배치를 유지하는 일에는 당신 혼자 참여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세포 30조 개, 세균 38조 개, 삼켜진 채 남은 세균의 후손들, 바이러스가 두고 간 서열, 그리고 어머니에게서 건너와 아직 남아 있는 세포들.

밖에서 보면 당신은 작았습니다. 안에서 보면 당신은 하나가 아니라 무리이고, 그 무리의 재료는 별에서 왔습니다. 같은 자를 다른 곳에 대어본 다섯 곳이 아래에 있습니다.

카드로 남기기

지금까지 센 숫자를 이미지 한 장으로 만듭니다. 그림은 이 기기 안에서 그려지고, 어디로도 올라가지 않습니다.

태어난 날을 넣지 않아도 카드는 만들어집니다. 넣으면 당신의 숫자가 들어갑니다.